우선 내가 말하는 개소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서평 중에서 발췌
개소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말도 안 되는, 하지만 단순한 헛소리와 달리 화자의 교묘한 의도가 숨겨진 말이다. 이때 숨은 의도란 작정하고 진실을 틀리게 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말이 맞든 틀리든 그 진릿값은 무시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말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극우라고 불리는 유튜버들의 준동이 심상치 않다. 자극적인 제목과 언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비속어는 물론이고 욕설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유튜브 자체에도 검열기능이 있긴 하지만, 검열당하면 다른 채널을 열어서 대체하면 그만이니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짜뉴스를 퍼다 나르는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자극적일수록, 가짜일수록 더 빠르게 구독자를 모으고 조회수를 늘린다. 구독자들은 광고비를 벌어다주기도 하고, 더욱 직접적으로 슈퍼챗을 쏘아주면서 수입을 증대시켜준다. 이들에게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극우라고 불리는 이념은 이들의 마케팅 전략에 불과한 것이다.
반대로 민주진영이라고 불리우는 대표적인 매체를 보면 조금은 낫다. 태도적인 측면이나 매너에서 이들은 비속어나 욕설을 쓰지는 않는다. 대부분이 정제된 표현을 쓰기위해 노력하고 있고, 대체언론의 역할을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구독자를 끌어들이는 마케팅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튜브가 만들어놓은 생태계에서 먹잇감을 찾고자하는 채널은 그 사냥 방식이 크게 다를 수 없다.
예외적으로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는 주목받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영향력이 작은 채널에서는 따라하기 힘든 독자적인 수익구조이므로 예외적으로 두도록 하자. 이 부분은 별도의 글을 통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지금 수준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채널운영자의 도덕성과 지식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1월 19일 있었던 서부지법폭동사태에 있어 극우라고 불리는 반민주 세력들의 유튜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의 역량에만 기대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하다.
유튜브를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유튜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수 밖에 없다. 나름 그리 깊지는 않지마, 머리속에 있는 상식을 사고회로에 넣어 다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는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 변경이다. 레거시 미디어는 신뢰도로 먹고 살아야 한다. 신뢰도에서 유튜브 미디어를 압도해야 하며, 이로써 유튜브 미디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유튜브는 점조직 네트워크 형태로 있는 각기 다른 생존자와 사용자가 상호 수익을 주고 받기도 하고,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채널은 광고플랫폼을 창출해 냄으로써 성장을 지속해 가고 있다. 생산자의 수와 컨텐츠에 있어 (거의)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튜브의 엄청난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전통 언론, 레거시 미디어들은 이 점에서 유튜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비용효율성에서 비교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 부분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그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유튜브 미디어와 컨텐츠 수 라던지 자극성 부분에서 경쟁을 해서는 안된다. 아니 경쟁을 할 수도 없다. 레거시 미디어가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검증과 신뢰'이다. 실제로 레거시 미디어에 실린 모든 기사가 사실로 받아들여진 적이 있었다. 독자와 시청자들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뉴스의 특수상황인 뉴스 포털의 등장과 유튜브 미디어와의 경쟁을 위해 레거시 미디어는 '신뢰'를 등한시했다. 신뢰보다는 '단독','특종','속보' 경쟁을 강화했다. 상대가 될 수 없는 분야에서 유튜브 미디어를 이겨보려 애썼다. 결과는 뻔했다. 레거시 미디어의 완패다. 2024년 언론매체신뢰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를 얻은 유튜브보다 신뢰도가 높은 매체는 불과 2개, MBC(25.3%), KBS(8.5%)뿐이다. KBS의 경우에는 60대 이상의 시청자의 비율이 66.52%를 넘어서는 불균형적인 분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령 평균적인 신뢰도에서 유튜브를 앞선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결국 단 하나의 매체만이 확정적으로 유튜브 신뢰도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MBC는 속된말로, 죽기를 각오하고 권력앞에 맞섰다. 권력의 날이 시퍼런 정권 초기, '바이든-날리면'논쟁이 시작이었다. 누가 들어도 바이든인 이 말을 가지고 대통령실은 전국민 듣기평가 능력을 시험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기계적 중립을 앞세워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그 후로도 MBC는 권력에 굴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고, 권력을 견제하고, 권력의 말을 받아적지 않고 검증하면서 신뢰도를 쌓아나갔다. 유튜브에서 제대로 다루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비웃고 조롱하는 동안, MBC 기자들은 일선에서 권력에 저항했다. 목소리 높여 소리쳤다. 최악의 세월호 오보 이후 몰락 했던 MBC의 신뢰도는 그렇게 다시 쌓아올려진 것이다. 내란 정국에서도 MBC는 기계적 중립을 무시하고 사회를 보호하고 변호하는데 앞장섰다. 헌법수호 세력과 내란세력, 민주세력과 비민주 세력 간의 기계적 중립은 그 자체 만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미디어의 임무와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다.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비민주사회, 독재사회에서 언론으로서의 미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의 마이크가 되어줄 공보매체만이 남을 뿐이다. 전두환 독재정권 하에서의 "땡, 전..."뉴스가 아주 좋은 예이다.
두 번째는, 정치권력과 유튜브와의 악의 고리를 끊어내야만 한다. 입으로 흥하려고 하는자, 입으로 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피선거권을 박탈 할 수 있도록.
정언유착은 오래되어온 지저분한 역사다. 그만큼 끊어내기도 어렵다. 일제시대에는 천황을 찬양하고, 일제의 동북아점령을 칭송했다. 독재시절에는 권력을 향한 용비어천가를 써가며 그 권력을 유지했다. 권력은 언론을 원했다. 언론은 그 권력에 붙어 또 다른 권력이 되었다. 더러 권력에 저항한 진짜 언론이 나타났다. 이러한 언론들의 운명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라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언론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민주화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력의 유착은 사라지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그 어떤 범법자가 저지른 범죄도 없던 일이 되는 것처럼,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된다. 반대로 언론에서 극성스레 다루면 그 일은 사회적 파장이 된다. 일제시대에도, 광복 이후에도, 독재시절에도 살아 남은 노련한 구렁이 언론은 그렇게 권력과 밀회를 즐기며 민주화 이후에도 살아남았다. 그런 언론의 지형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정언유착지인 조선일보의 지면은 읽히지도 않은채 동남아 어느나라 이케아 매장의 포장지로 팔리고 있다. 정보의 원천이 다양해진 인터넷 시대에 신문에 구애 받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유튜브 미디어가 부상하자, 정언유착 매체들의 이용도는 급락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유튜브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력은 유튜브를 원했다. 유튜브는 사람들을 홀리기에 너무나도 좋은 선동매체였다. 그렇게 유튜브를 통해 홀려진 사람들은 선동되어진데로 투표권을 행사함이 이미 증명되었다. 이들은 언론에게 먹이를 주고 길들인 그 방식 그대로 유튜버들을 키워냈다. 어떤 유튜버는 청와대에 입성했다. 수 많은 비민주 유튜버들이 대통령취임식에 초청장을 들고 나타났다. 권력의 곁에 선 유튜버들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유튜버가 퍼나르면, 정치권력은 검증되지 않은 그 모든 내용을 제도권내로 옮겨 왔다. 그리고 그 유튜버는 다시 그 제도권의 말을 유튜브에 옮겨 날랐다. 때론, 일부 매체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이번 '선관위 중국인 99명 체포'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한 매체에서 가짜뉴스를 실어 나른다. 제보자의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니 큰 부담이 없다. 그럼 그 가짜뉴스를 유튜버들이 퍼 나른다. 국회의원과 심지어는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이 가짜뉴스가 입에 오르내린다. 그렇게 세탁된 가짜뉴스는 신뢰성을 가진 것처럼 다시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간다. 나중에 가짜뉴스라 판명되고, 정정보도를 하고 언론제재를 해봤자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은 그 가짜뉴스를 믿고 있다.
정치인들의 유튜브 출연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정치인이 언론에 출연해서 또는 유튜브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경우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들은 불체포특권뒤에 숨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이득이 된다면 아무말이나 막 떠든다. 이는 한 철학자가 얘기한 바로 그 '개소리'다. 이 개소리를 전파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응당한 처분이 따라야 한다. 처벌이 없으니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고, 사회를 망치는 일에도 괘념치 않는다. 그럼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게 무엇일까? 바로 피선거권 박탈이다. 정치인이 어떠한 사유로든간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언론을 통해 확산 또는 재확산 하는 경우 바로 이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는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으로 따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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